2010년 5월 7일 금요일

순수한 오디오적 쾌감을 즐기고 싶다면


순수한 오디오적 쾌감을 즐기고 싶다면...Mani-2 Signature

오디오 산업에서 스피커만큼 발전이 더딘 분야도 없다고 한다. 몇 십 년 전이나 현재나 진보된 것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을 모르는 주장이다. 웬만한 중대형 스피커에 버금가는 고성능 소형 스피커를 대하고 보면 그간 스피커 산업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실감하게 된다.

다시 말해 시시각각으로 신기술이 투입되어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하고 있는 것이 스피커 산업이다. 강력한 마그넷, 알루미늄이나 티타늄 같은 금속 재질의 진동판은 물론, 케블라, 폴리프로필렌 같은 고분자 합성수지를 이용한 진동판의 개발로 소형 유닛으로도 100Hz 이하의 주파수까지 평탄하게 재생하게 되었다.

유닛 설계 기법도 획기적으로 발전해 무겁고 두꺼운 진동판, 고댐핑 재질의 에지와 스파이더를 사용함으로써 최근에는 16cm 구경 우퍼의 저역 공진주파수가 30Hz에 이르는 고성능 유닛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와 같이 스피커 산업의 발전 덕분에 이제는 아주 싸구려가 아니라면 70Hz까지는 무난히 커버한다. 우리가 늘상 듣는 음악이 첼로의 저음(첼로의 저음은 65Hz 정도)이라면 그 정도로도 부족감이 없다.

사실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북셀프형 소형 스피커는 장점이 많다. 우리나라의 주거환경에서 10평이 넘는 리스닝 룸을 갖추기는 어렵고 대부분 4평 이내의 공간에서 음악을 듣는다고 할 때 멀티웨이 대형 스피커는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무엇보다 청취거리가 짧아 정확한 음상이 맺히지 않고 저역 과잉도 문제다.

이에 반해 북셀프형 소형 스피커는 정위감과 밸런스가 뛰어나 작은 공간에서 안성맞춤이다.

마니-2는 캐나다의 토템 어쿠스틱에서 만든 모델-1의 후속 모델이다. 아시다시피 모델-1은 18년간 장수한 모델일 뿐만 아니라 무명에 가까웠던 토템 어쿠스틱을 단번에 세상에 알리게 한 모델이었다. 물론 토템에는 대형기도 있지만 모델-1의 영향으로 일약 소형 스피커의 명가로 자리매김 되었다는 말이다.

마니-2는 모델-1의 확장형으로 개발되었다. 마니-2에 관한 세간의 평가는 소리는 차치하고 웬만한 앰프로는 울리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런 평가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마니-2는 마니-2 시그너처로 바로 업 버전되었는데, 구 버전에 비해 훨씬 울리기 쉬워졌다.

마니-2 시그너처는 2웨이 3드라이브 구조인데, 인클로저 내부에 미드·베이스 유닛이 역상으로 탑재된 토템에서 말하는 푸시풀·밴디드 구조로 만들어진 스피커이다. 일종의 아이소배릭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내·외부의 우퍼가 정확히 동일한 주파수 대역을 담당해 왜곡이 거의 없으며 정확한 중저역, 빠른 반응, 밀도감 있는 소리를 만들어낸다고 토템에서는 밝히고 있다.

사실 이 아이소배릭 방식은 영국의 린에서 개발한 비교적 오래된 기법으로 설계와 튜닝이 어려워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방식이다. 잘못 설계하면 저역의 양감은 풍부해지지만 저역이 혼탁해지고 흔히 오디오에서 말하는 벙벙 거리는 저역을 만들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보면 천연 무늬목으로 만든 인클로저는 오랫동안 보아도 질리지 않는 우아하고 품격이 느껴진다.

탑재된 유닛은 트위터에 시어스 1인치 메탈 돔으로 토템사의 특주품이고 미드·베이스는 다인오디오의 17cm 구경 유닛인 17W76XL로 역시 토템의 특주품이다.

스펙을 보면 저역이 무려 29Hz까지 재생된다고 하는데 놀라운 일이다. 솔직히 조금 과장된 스펙이라는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한발로도 울리기 어렵다는 다인오디오 미드·베이스를 두발씩이나 탑재하고도 이 정도로 질 좋은 저역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토템의 기술력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소리를 들어보자. 소리의 첫 인상은 풍만하면서도 단단한 저역과 스케일이 큰 소리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저역과 압도적인 스케일의 소리를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해상력이 뒤지는 것도 아니었다. 구 모델에 비해 울리기도 수월해졌다. 메이커에서는 권장 파워 앰프의 출력이 40-200W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50W 이하의 인티앰프로는 다소 버겁겠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패스의 150W급 인티앰프에 물려들었는데 만족스러웠다.

토템에서도 심오디오의 150W급 파워 앰프에 물려 듣는다고 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또한 이 스피커는 브레이크 인 타임(에이징 시간)이 200-300시간으로 길다. 이 스피커는 초보자에겐 좀 버거운 스피커라는 생각도 들었다. 약간 야생마적인 기질도 있기 때문에 스피커 가격을 상회하는 고품질의 파워 앰프, 특히 댐핑 능력이 우수한 앰프와 매칭을 권하고 싶다.

마니-2 시그너처는 소형 스피커 중 크기와 가격을 떠나 오디오적인 쾌감을 만끽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피커 중 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필자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스피커였다. 좋은 받침대(토템에서는 자사에서 제작한 토템 T4L 스탠드를 권장하고 있다) 위에 올려놓고 괜찮은 앰프에 물려 듣는다면 웬만한 중·대형 스피커가 부럽지 않는 소리를 선사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 구성 : 2웨이 3스피커
  • 인클로저 : 베이스 리플렉스형
  • 사용유닛 : 우퍼(2) 16.5cm, 트위터 2.5cm 알루미늄 돔
  • 재생주파수대역 : 29Hz-20kHz(±3dB)
  • 크로스오버 주파수 : 4kHz
  • 임피던스 : 4Ω
  • 출력음압레벨 : 85dB/W/m
  • 권장 앰프 출력 : 40-200W
  • 크기(WHD) : 21.5×41.7×30.5cm
  • 무게 : 10.5kg

    -월간오디오-




  • P 박인혁 실장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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