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일 일요일

Triangle Quartet / Simaudio Moon CD-1 • ...

월간오디오 | 화사함 속에 용해된 포근한 중용의 미학

 

 

 

 

지난 2월호에서 트라이앵글의 에스프리 시리즈에 속해 있는 플로어형 모델인 안탈 EX에 마란층 SA-15S1 SACD 플레이어 마란츠 PM-15S1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등을 조합한 시스템의 이모저모를 살핀 바 있는데, 이번에는 제네스 시리즈에 속해 있는 3웨이 4유닛 구동 방식의 플로어형 모델인 콰르테트에 심오디오의 문 클래식 라인의 문 i-1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와 CD-1 플에이어 등을 조합한 시스템을 시청할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지난 2월효에서 프랑스와 일본의 만남을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프랑스와 캐나다의 만남을 경험하는 셈이다.

 

이럴 때 이들 브랜드의 국적에 착안하여 이들 조합이 추구하는 음향에 대한 가설을 세워 보면 어떨까 프랑스와 일본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는 트라이앵글과 마란츠의 조합에서 화려함과 우아함, 사뿐함과 정묘함 등이 조화를 이룬 음향을 이끌어 낸 바 있다면, 프랑스와 캐나다의 만남으로 정리해야 할 트라이앵글과 심오디오의 조합은 어떤 음향을 이끌어낼까 혹시 화려함과 중용의 미덕이 조화를 이룬 음향을 지향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보면 어떨까

 

Triangle Quartet

                  Simaudio Moon CD-1 i-1

 

이럴 때 궁금해지는 것은 심오디오가 추구하는 음향을 중용의 미학으로 규정하는 근거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가설은 그동안 겸험해 온 심오디오의 기기들에 대한 필자 자신의 판단을 반영하는 것이면서, 그와 동시에 캐나다를 영국의 방계 혈통으로 보고, 실용성과 중용의 미덕을 중시하는 영국 문화 전통의 관점에서 심오디오가 추구하는 음향을 조명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은 본지 2006년 10월호에 게재한, 문 i-1의 상위 모델인 문 i5.3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에 대한 시청 리포트에서 필자가 서술한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당시의 시청 리포트에서 문 i5.3이 지향하는 음향에 대하여 필자는 다음과 같이 쓴 바 있다.

 

i5.3은 장대한 스케일과 강력한 폭발력을 지향하는 앰프라고 하기는 힘들 것 같다. (중략) 이 앰프가 추구하는 음향은 소담스러운 크기의 음향 무대, 수렴지향의 발성, 그리 넓지 않은 다이내믹 레인지, 섬세함과 사뿐함을 지향하는 정연한 대역 밸런스, 탐미성 짙은 고아(高雅)한 음색, 유연한 선율선과 다이내믹 등을 우아한 필치로 통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설은 언제나 입증이 필요한 법이다. 그러나 문 i-1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의 성향을 정리하는 것 또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번 시청 작업에서 i5.3과 궤를 함께하고 있는 문 i-1의 음향을 필자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음향과 스펙을 비교해 보면, 등급의 차이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지만, 이들 기기는 안정감과 우아함을 지향하는 공통점을 보여 주고 있었고, 이러한 음향 스타일을 구사하기는 이번에 함께 시청한 CD-1 플레이어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조합의 난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등장한다. 트라이앵글의 플로어형 스피커인 콰르테트의 규모를 고려하면, CD-1 i-1 조합을 가지고 콰르테트를 구동하기에는 힘이 부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트라이앵글의 스피커들이 구동하기 그리 까다롭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안탈 EX 보다도 규모가 큰 콰르테트를 i-1으로 구동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기에 하는 말이다.

 

이러한 측면은 i-1의 스펙만 살펴보아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참고 삼아 i5.3과 i-1의 스펙을 비교해 보면, 회로 구성 방식 파워 서플라이의 트랜스포머 구동 방식 입력 임피던스 출력 등에서 이들 앰프는 무시할 수 없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먼저 회로 구성과 출력을 살펴보면,i5.3이 듀얼 모노 방식으로 채널당 85W(8Ω)의 출력을 이끌어 낸다면, i-1은 스테레오 방식으로 채널당 50W의 출력을 이끌어 내며, 출력 트랜스의 경우 i5.3이 0.5kVA인데 반하여 i-1은 320VA이고, 입력 임피던스는 i5.3이 14,000Ω인데 반하여 i-1은 11,000Ω이라는 수치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스펙만 놓고 보면, 심오디오의 앰프로 트라이앵글의 콰르테트를 구동한다면, 문 i-1보다는 문 i 5.3이 적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럴 때 궁금해지는 것은 콰르테트가 어떤 스피커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두 달 전에 필자가 시청한 바 있는 앙딸 EX와 비교해 보면, 구동 방식이나 유닛 구성은 동일하지만, 콰르테트는 배플 상단에 별도의 혼처럼 트위터를 장착하고 있으며, 더블 우퍼 사이에 덕트(인클로저 내부에 스피커의 후음을 통과시키는 상하 두 개의 밸브를 사용하는 트윈 벤트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를 두고 있는 등 앙딸 EX와는 상당히 다른 유닛 배치를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이들 스피커의 차이는 규모에서도 잘 나타난다. 앙딸 EX가 크기가 200x1,080x355mm이고, 무게가 22.5kg인데 반하여, 콰르테트는 233x1,170x372mm와 26kg의 규모를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 드라이브 유닛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들 스피커는 TZ2500을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미드레인지와 우퍼는 각기 다른 유닛을 채용하고 있다. 앙딸 eX가 13cm 구경의 미드레인지 유닛인 T13EF84MRI와 16cm 구경의 우퍼인 T16EF100MRI를 장착하고 있는 데 비하여, 콰르테트는 미드레인지에 T16EF1008MDI, 우퍼에 T16EF100BMGCI를 장착하고 있다.

 

그렇다면 트라이앵글의 콰르테트와 심오디오의 i-1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CD-1 플레이어의 조합은 구동 능력에 문제가 있는 조합을 보아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채널당 50W라는 그리 높지 않은 출력을 이끌어 내는 앰프임에도 불구하고, i-1은 별 무리 없이 콰르테트를 구동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관점에 따라서는 음향 몸체가 그리 단단하지 않고, 다이내믹 또한 그리 강력하지 않으며, 심도 또한 그리 깊지 않은 까닭에 입체감이 다소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이 조합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음악을 편안한 표정으로 이끌어 내는, 안정감과 풍성함이 조화를 이룬 음향이다. 이 스피커의 규모에 어울리는 적절한 규모의 음향 무대를 배경으로 하여, 초저음역까지 재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온화하면서도 확산감이 뛰어난 저음역, 유연하면서도 명료하게 음악의 표정을 포착하는 중음역, 자극성과는 거리가 먼 명료한 고음역 등이 조화를 이룬 우아한 음향이 이 시스템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채널당 출력이 50W 밖에 되지 않는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로 더블 우퍼를 채용한 플로어형 스피커를 무리 없이 구동하는 모습을 이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트라이앵글의 콰르테트 심오디오의 i-1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CD-1 플레이어 등으로 이루어진 시스템은 그리 높지 않은 예산으로 뛰어난 음향을 즐기고자 하는 젊은 애호가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이 시스템보다 한층 단단한 음향 몸체와 강력한 다이내믹을 원한다면, i-1보다 상위 모델인 i5.3을 선택하면 좋겠지만, 특성을 앞세우는 예리한 음향이 안겨 주는 짜릿한 쾌감을 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i-1 으로 콰르테트를 구동하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도 없으리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월간오디오 / 2008년 4월 발췌]



P 박인혁 실장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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