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6일 월요일

심오디오(Simaudio) Moon CD-1 CD플레이어

월간오디오 | 심오디오(Simaudio) Moon CD-1 CD플레이어
광활한 음향의 평원을 내닫는 플레이어를 아는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요즘 애호가 들을 만나 오디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 필자의 생각을 밝히는 것을 꺼리는 질문이 하나 있다. ‘CD가 언제 사라질 것인가?’ 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이 질문을 받고 나면, 필자는 ‘족집게 점쟁이가 아닌 다음에야 그걸 어떻게 알겠는가?’ 라고 대답하곤 한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하여 필자가 무덤덤한 태도를 취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질문에 답하고 나면, 차세대 매체 논쟁, 온라인 음악 시장에 대한 전망, 아날로그의 부활 등과 같은 주제를 놓고 끝없는 토론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드시 이런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열성파 오디오 애호가의 입에서 이 질문이 나오는 경우에는 그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불안정하고 복잡다단하게 전개되는 최근의 매체 환경을 핑계 삼아 지금까지 구형 CD 플레이어를 그대로 사용하다가, 기기가 말썽을 일으키는 바람에 새로운 플레이어를 구입해야 할 입장에 놓인 애호가들이 CD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대화는 CD플레이어의 추천과 관련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그러나 곤혹스러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여기서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저렴하면서 쓸만한 플레이어를 추천해 달라는 애호가의 요청에 필자가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기 때문이다. 애호가의 눈높이에 맞추고 나면 플레이어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애호가의 호주머니 사정에 어울리는 플레이어를 선택하면,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다운 그레이드를 해야 하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지난 10년 동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기기 가격, 국내 오디오 시장의 극심한 불황, 경제 양극화, 불확실한 CD의 미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겠지만, 애호가들의 입맛에 맞는 중급1 플레이어를 고르기 쉽지 않은 작금의 시장 상황은 참담함 그 자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이런 현실을 염두에 두고 보면,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선전을 펼치고 있는 캐나다 브랜드인 심오디오는 중급 오디오 애호가들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CD 플레이어 분야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고마운 마음은 한층 더 커진다. 현재 이 회사에서 내놓고 있는 다양한 모델들은 극심한 플레이어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애호가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바람직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심오디오에서 내놓고 있는 두 개의 시리즈에는 저마다 두 종씩 총 네 종의 플레이어가 있는데, 여기서 이들 모델의 면면을 살펴보면, 먼저 문 클래식 시리즈에는 문 CD5.과 문 CD-1이 포진해 있고, 에볼루션 시리즈에는 레퍼런스급 분리형 플레이어 시스템인 문 안드로메다와 단품 플레이어인 문 슈퍼노바가 속해 있다. 이번에 필자가 시청한 문 클래식 시리즈에 속해 있는 문 CD-1 플레이어는 필자와는 이미 구면이다. 지금으로부터 석 달 전 필자는 문 CD-1과 짝을 이루는 i-1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조합하여 트라이앵글의 쿼텟 스피커를 구동한 결과를 본지 4월호에 게재한 바 있고, 지난 6월 호에는 문 i-1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조합하여 트라이앵글의 쿼텟 스피커를 구동한 결과를 본지 4월호에 게재한 바 있고, 지난 6월 호에는 문 i-1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에 대한 시청 리포트까지 기고한 바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필자는 지난 3월 이후 지금까지 넉 달 동안 문 i-1과 문 CD-1에 대한 다면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문 CD-1 플레이어는 가격대가 200만원 대 초반이므로 중급 기종 애호가를 타깃으로 삼고 있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 플레이어는 8단계 DC 전압조정, 24비트/352.k8Hz 프로세스를 사용한 자체 업샘플링 프로그램, 자체 개발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CD 드라이브 시스템, 버브라운의 PCM1793 고해상도 24비트/192kHz D/A 컨버터와 8배 오버샘플링 디지털 필터 등을 채용하거나 탑재하고 있으며, 플레이어 운영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펌웨어 업데이트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RS-232 포트, 외부 컨트롤을 위한 외부 IR 단자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 플레이어는 신호 경로를 최단거리로 유지하고, 외부 간섭과 신호의 열화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하여, 기준 평면을 별도로 만든 디지털.아날로그 회로를 단일 보드 위에 마운트하고 있으며, 특별한 상황에서 내부에서 발생하는 낮은 레벨의 지터까지 제거하기 위한 정확한 디지털 클록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그리고 DC 서보 회로와 자체 제작한 아날로그 필터를 사용하는 진보된 아날로그 신호 경로, 그리고 순동 재질의 회로기판과 낮은 임피던스 특성을 이끌어 내는 금도금 플레이트 등을 채용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구동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하여 저발열 설계를 채택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 CD-1은 어떤 음향을 이끌어 내는 플레이어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파이널의 뮤직-3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와 린의 사라 스피커와 접속하여 진행한 이번 시청에서 문 CD-1이 보여 준 가장 중요한 특성은 적극적인 발성과 강력한 표현력이었다. 한 마디로 대형 플레이어에 육박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스케일이 큰 음향무대, 청명한 공간감, 특정 대역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는 평탄한 대역 밸런스, 선도가 높은 예리한 선율선, 난폭이 큰 다이내믹, 선명한 색채표현, 경쾌한 템포 등을 시원스러운 발성 속에 용해하는 음향을 들려주는 플레이어가 바로 문 CD-1이었다. 이럴 때 음악의 표정을 섬세하고 치밀하게 다듬어 내기보다는 음악을 한층 또렷하고 적극적으로 연출하는 모습이 이 플레이어에서 살아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면모는 기악 음악보다는 성악, 소편성 음악보다는 대편성 음악, 그리고 포크음악보다는 강렬한 드럼비트를 바탕에 깔고 있는 음악을 재생하는 과정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 CD-1이 보여 주는 거침없는 표현력에 대해서는 호오(好惡)가 분명하게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련한 선율선과 섬세한 색채 표현의 조화를 선호하는 애호가라면, 이플레이어에 대하여 우아함과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리겠지만, 그런 반면에 절도 넘치는 리듬.강력한 다이내믹 레인지.청명한 공간감 등을 선호하는 애호가라면, 음악을 적극적으로 이끌고 가는 이 플레이어의 강력한 표현력에 높은 점수를 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어떠한가? 결론만 간단히 제시하면, 문 CD-1이 보여주는 적극성은 단점이라기보다는 장점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분명한 입장이다. 왜 그런가? 이번 시청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자 자신이 다양한 케이블을 활용하여 이 플레이어에서 만족스러운 음향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하기도 했지만,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세밀한 음향을 이끌어 내는 기기에 비하여, 적극적인 발성과 표현력을 연출하는 기기가 사용자에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향을 다듬어 낼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문 CD-1은 사용자의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 이 플레이어 특유의 거침없는 표현을 장점으로 받아들이면서, 그 속에 선율선의 섬세한 굽이와 삼삼한 색채를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실어 올릴 것인가? 그것은 전적으로 애호가 자신의 감수성에 달린 문제이다. _ 박성수 [월간오디오 2008년 7월 글 발췌]


P 박인혁 실장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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