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4일 수요일

Dynaudio Confidence C4

Dynaudio Confidence C4
재즈는 나쁘지는 않고 클래식도 가리지를 않는다. 하이페츠의 바이올린 소품과 같은 소편성의 경우 소형스피커 같은 세밀하고 아기자기한 면모도 보여주고, <투티>과 같은 오케스트라의 쇼 케이스 음반의 대편성에서는 돌변하여 대형기로의 울림도 들려준다. 20세기말 잠잠히 묻혀 하이엔드업체에게 유닛을 공급하던 다인오디오가 어마어마한 가격의 스피커를 만들어냈다.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에비던스 마스터, 곧이어 주니어 모델인 템테이션이 출시되었다. 뜬금없이 이전까지 사실상의 플레그십이던 컨피던스 5에 비해 엄청 비싼 고가를 발표해 놓고 한 단계씩 밑으로 새 제품을 내보냈다. 컨피던스 시리즈는 이전의 네모난 박스와 왜 그러하였는지 추측이 난무한 트위터가 밑으로 가 있는 구조를 버리고 새롭게 선을 보였다. 바뀐 컨피던스는 고음과 저음이 두짝씩 들어가 상하 대칭을 이루는 이른바 가상 동축형 스타일의 에비던스 방식에 따랐다. 구경이 작은 우퍼를 통해 더 빠른 반응을 얻고자 했고, 유닛은 에비던스에서 선보인 곡면 라인을 강조하는 배플에 달아 놓았다. 이같이 새로운 컨피던스는 이전의 시리즈와 공통점은 별반 없다. 정확히 말해 개량모델이 아니라 에비던스의 주니어 모델로 보아야 된다. 외형과 구성뿐 아니라 달라진 점은 또 있다. 오늘날의 다인오디오를 만들어 내는 일등 공신이던 에소타가 2번째 버전으로 개량되었다. 전설의 보검에 손을 댄 것. 거의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이전보다 훨씬 오디오적인 특성으로 개선되었다.
항상 한 발짝씩 앞서갔던 스캔스픽의 개량형보다 최근 밀리는 판세가 되었다. 그게 아니라고 항의할지도 모르지만, 이전 에소타를 이용하던 하이엔드업체이던 소누스 파베르가 스캔스픽으로, 이글스턴웍스의 안드라가 문도로프의 AMT로 떠나갔다. 새로 나온 컨피던스는 아무튼 이 개량형 에소타인 에소타2을 달고 나왔다. 사실 오늘 소개할 C4는 계획대로라면 컨피던스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은 아닐 것이다. C7이라는 대형기가 계획되어 있었다. C4의 저역 우퍼를 대구경화시킨 모델이었는데 아마 그리되면 구동상 난 점도 있을 테고, 모양도 좀 이상해 보였고, 에비던스 템테이션과 어정쩡한 위치가 된 탓이 아닐까? 초반 컨피던스 브로슈어에 보이던 이 모델은 수년이 지나도록 출시되지 않고 있으니 앞으로도 나올 일은 없어 보인다. 그럼 여기까지 컨피던스의 소개는 마치도록 하고 나온 지 제법된 이스피커가 왜 꾸준하게 인기를 가지게 되었는지 나름대로 그 이유를 한 번 살펴보자. 우선은 디자인이다. 주거공간에 주요위치에 자리하게 될 오디오인 만큼 디자인이 중요시된다. 아무리 오디오 마니아라 하여도 뒤주 같은 것을 놔주기는 좀 그러하다. 주목적이 음악을 듣는 것이기에 디자인이 빼어날 필요는 없지만, 필요한 최소의 미적 요인이 있어야 된다. C4를 위시한 컨피던스 시리즈는 다인오디오 중에서 그래도 가장 좋은 외관을 가지고 있다. “푸근한 옛 친구의 미덕으로 다인오디오를 만나다.”
두번째로 안정성이다. 스테디셀러를 보면 우선 모델의 변화가 잦지 않다. 반면 정말 비양심적이라 할 만큼 자주 모델을 바꾸는 업체가 많이 있다. 필자는 국내 자동차 업체만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해외 오디오 업체들도 내내 별수 없는 것 같다. 모델명뒤에 ABC 알파벳을 붙여가면서, 번호를 조금씩 바꾸면서 매해 변형품을 내놓는데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렇게 수차 개량한다면 대체초기 작은 대충 만들어 놓은 제품인가? 다인오디오. 그 중에서 특히 컨피던스는 단 한차례의 변경도 없이 생산해 내고 있어 더욱 신뢰가 간다. 그리고 항상 적당한 중고 가격을 유지하는 두터운 수요층이 있기에 안정적이다. 단지 C4만의 말이 아닌 이전의 C5의 중고가격을 보아도 안정성을 가진다. 세 번째 합리적인 가격과 브랜드 파워가 있다. 오디오는 누가 뭐라 해도, 특히 하이엔드의 경우 사치품이다. 마음의 양식이니 생필품이라니 밥은 못 먹어도 음악은 들어야 한다니 하는 소리는 정말 배부른 소리이다. 모든 사치품이 그러하듯 적당한 브랜드에 적당하게 비싼 가격대에 위치한 것이 바로 C4이다. 크면 크고, 적으면 적다고도 할 수 잇는 중소형차 한대값. 그리고 다인오디오라는 알 만한 사람 모두 다 아는, 그리도 제법 대형기로의 면모가 있는, 그래서 C4는 구매자의 허영심과 경제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접점이 있다. 이 세가지 이외에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 이 세가지를 가능하게 만든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사실 스피커를 추천할 때 다인오디오는 적당히 유명하고 가격도 적당하고 그래서 안정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취향에 상관없이 가장 무난한 스피커이기는 하다. 매력적인 요소, 확 잡아끄는 카리스마가 아닌 안정적인 선택이라 요약할 수 있지만, 그 안정적인 위치가 되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만들어내는 소리의 질(質)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당연히 C4는 과거 컨피던스에 비해 물리적 특성이 좋아졌다(물론 가격도 월등히 올라갔다). 주류에 따라 색감이 현대적으로 바뀌어 이전의 진한 맛이 옅어진감도 부인할 수 없지만, 요즈음에 나오는 스피커로는 인간미가 있다. 그리도 C5가 가지던 구동의 난점도 대부분 해소가 되었다. 구동이 쉬워져 양질의 KT88 푸시풀이면 아무 문제없이 포근하게 존 콜트레인을 울릴 수도 있고, TR앰프 역시 굳이 대출력이나 저 임피던스를 요하지 않고 FIM SACD 의 현대적 음색을 얻을 수도 있다. 그래서 딱히 매칭이 안 어울렸던 앰프는 없을 정도로 범용성이 좋다. 이 같은 범용성은 음악에서도 그러하다.
재즈도 나쁘지는 않고 클래식도 가리지를 않는다. 하이페츠의 바이올린 소품과 같은 소편성의 경우 소형스피커 같은 세밀하고 아기자기한 면모도 보여주고, <투티>와 같은 오케스트라의 쇼 케이스 음반의 대편성에서는 돌변하여 대형기로의 울림도 들려준다. 물론 C4 역시 다인오디오 특유의 성형을 풍긴다. 하지만 그 향이 진하여 무도 다인오디오 소리로 만드는 독선적인 면은 없다. C4 말고도 매력적인 스피커다 참으로 많이 있다. 눈에 쏙 들어오는 외관에 귀에 착착 감기는 매력적인 소리를 들려준다. 냉정하게 말해 C4가 그러하지는 않다. 자극적인 것보다 편안한 것이 좋고, 뭔가 혁신적이기보다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싶고, 잦은 교체보다 진득이 오래 쓰고 싶고, 그저 편안히 음악에 빠져들고 싶다면 이만한 스피커도 없다.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그런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오디오를 열광적으로 하기보다 음악이 좋은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그래서 좋다. 아무리 오디오가 열정적으로 좋다 하여도 그것이 들려주는 것은 결국 음악이니 말이다. 이번 특집은 스테디셀러이다. 많은 판매량을 단기에 달성한 베스트셀러나 엄청난 물량과 기술력이 투입된 궁극의 오디오 특집이 아니다. 은근하고 뛰지 않는 범용성을 가진 오디오, 그래서 말 그대로 스테디셀러로 다인오디오C4는 가장 적합한 스피커이다. 열정적으로 다가가기보다 오래 사귀게 되는 성격 무던한 친구와 같은 스피커이다. [ 발췌 : 2008년 11월 AUDIO 신우진 글 ]

P 박인혁 실장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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