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0일 화요일

Acoustic Solid Classic Wood MPX 턴테이블



P 박인혁 실장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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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오디오 | Acoustic Solid Classic Wood MPX

중역 중심의 탄탄한 아날로그 사운드

얼마전부터 잡지의 광고 면에서 생소한 브랜드의 턴테이블이 눈에 띈다. 어쿠스틱 솔리드라는 브랜드의 제품인데 심플하고 간결한 인상을 준다. 궁금해 하던 차에 이번에 소개하는 턴테이블보다 상급 제품을 먼저 소개하는 기회가 있었다. 이 회사는 알려져 있다시피 독일 회사로 아날로그만 전문으로 생산한다. 창업자는 칼 비르트(Karl Wirth) 씨인데, 금속가공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창업자의 출신답게 베이스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 금속을 가공해서 턴테이블을 만들었다.

이번에 리뷰할 제품은 클래식 우드라는 모델로 삼점 지지하는 발이 상급기인 솔리드 우드와 달리 스파이크 형이 아니고 원통형이다.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에 기본에 충실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첫인상을 받았다. 어쿠스틱 솔리드와 비슷한 어쿠스틱 시그너처라는 회사도 있는데 둘 다 비슷한 디자인의 턴테이블을 생산한다. 이름도 비슷하고 디자인도 비슷해서 연유를 알아보니 어쿠스틱 솔리드의 엔지니어들이 독립해서 차린 회사가 어쿠스틱 시그너처라고 한다. 그러니 디자인과 이름이 비슷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쿠스틱 솔리드의 턴테이블에는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이 있다. 우선 스핀들 베어링을 금속이 아닌 세라믹 볼을 사용한다. 세라믹 볼을 받치는 하우징의 하부도 세라믹을 사용한다. 보통 세라믹 하면 강성은 뛰어나지만 표면이 거칠고 마찰이 커서 베어링으로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런 세라믹의 문제를 특수 코팅으로 해결해서 표면을 아주 매끄럽게 처리해서 베어링으로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게 했다. 축을 받치는 하우징도 일반 강철을 가공한 것이 아니라 마찰이 적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솔리드 우드), 황동(클래식 우드)을 사용해서 마찰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런 특별한 방식은 SKC(Non frictional bearing)라 불리는데 어쿠스틱 솔리드 사의 특허라고 한다. 어쿠스틱 솔리드 사의 턴테이블이 갖는 특징의 다른 하나는 독특한 플래터다. 듀랄루민을 통으로 깎아서 만든 플래터인데 보통의 경우 관성 모멘트를 많게 하기 위해 외주 부분에만 무게를 배분하고 내부는 파서 무게를 가능한 한 낮추는 방법을 택하는데 어쿠스틱 솔리드의 플래터는 보이는 부분뿐만 아니라 그 내부까지 빈 구석이 전혀 없다. 그래서 플래터 크기를 가늠하고는 위로 뽑으려고 하면 예상보다 무겁기 때문에 힘을 더 줘야 한다.

모터부는 8극 싱크러너스 교류 모터를 채용하고 있다. 어댑터를 통해서 24V의 교류를 공급받아 작동한다. 싱크러너스 모터는 교류 주파수에 동기되어 회전하기 때문에 회전 속도 조절은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나 숙명적인 문제가 있는데 바로 울컥거리면서 회전하는 코깅(cogging) 현상이다. 싱크러너스 모터의 원리를 이해하면 왜 코깅이 생기는지를 알 수 있다. 자동차로 쉽게 풀어 설명하면 시속 30km의 정속도를 달리게 하는데 엑셀과 브레이크를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교대로 밟아 속도가 30km가 넘지도 않고 내려가지도 않게 해서 시속 30km 정속도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이치로 싱크로너스 모터도 정속도 회전을 한다. 이런 이유로 싱크로너스 모터는 작동시 자체에서 발생하는 열과 진동이 만만치 않고 이런 연유로 효율도 낮은 편이다.

이런 교류 모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 듀랄루민을 깎아 무게를 통한 충분한 관성 모먼트를 확보하도록 하고 모터부를 본체와 분리하고, 아주 가는 탄소섬유 재질의 실을 벨트로 사용해서 플래터를 돌려 모터의 코깅에 의한 울컥거림이 플래터에 최대한 전달되지 않도록 했다. 이렇게 저렇게 효율을 생각해서 무게를 줄이지 않고 처음부터 단순하게 통 듀랄루민을 깎아서 플래터로 만들었다. 이런저런 만듦새를 보면 기본에 충실하게 만들어진 턴테이블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쿠스틱 솔리드 턴테이블을 보면 다른 턴테이블에는 없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처음에 턴테이블 먼지덮개로 오해하기도 했는데 5mm 두께의 아크릴이 플래터 위에 얹혀 있다. 왜 굳이 이 아크릴 덮개를 추가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서 이렇게 저렇게 비교 시청을 해보았다. 제일 먼저 통 듀랄루민 플래터 위에 아무것도 얹지 않고 바로 LP를 올려서 들어보았다. 소리는 이게 아날로그 소리인가 싶을 정도로 메마르고 가늘고 울림이 없는 소리가 났다. 그래서 이번에는 펠트 재질의 매트만 얹고 시청해보았다. 전보다 메마른 느낌은 줄었지만 선 자체는 아직도 가늘고 울림도 별로 늘어나지 않았다. 아날로그 소리라면 아날로그랄 수 있겠지만 저가 CD 플레이어의 그것을 연상케 하는 소리였다. 소리가 날 것은 다 나는데 왠지 허전했다. 이번엔 권장한 대로 아크릴 판을 얹고 그 위에 다시 펠트 재질의 매트를 얹고 시청했다. 비로소 아날로그다운 소리가 나왔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중역대가 살집이 붙으면서 메마른 느낌이 완전히 가시고 울림도 자연스러웠다. 그 차이가 상당히 커서 ‘매직’이라 할 만했다. 왜 많은 턴테이블 회사들이 아크릴에 집착이라고 할 만큼 플래터 재질로 선호하는지 그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다른 텐테이블에 없는 아크릴 판을 추가한 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제작자가 소리와 음악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엔지니어들의 특징이 기술적 스펙만을 중시하는데 굳이 아크릴 판까지 추가한 것을 보면 금속제 플래터의 음색적 단점을 없애기 위해 많은 실험과 비교 시청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상급기인 솔리드 우드에도 아크릴 판이 적용되는데 아크릴 판 위에 천연가죽 매트가 사용되었고 클래식 우드에는 펠트(천) 재질의 매트가 사용되었다. 둘 다 음색 성향은 비슷한데 천연 가죽 매트가 더 세련되고 고급스런 느낌의 음색을 지녔다. 린의 프로트랙터와 스코프로 측정한 속도는 33회전은 아주 약간 빨랐고, 45회전은 거함급 턴테이블에서나 볼 수 있는 정확한 속도를 보여 주었다. 33회전도 필자의 VPI 에리어스보다 빠르기가 덜한 수준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시청 시스템은 틸 CS6 스피커, 소닉 프론티어즈 라인 3, 크렐 FPB300 파워 앰프에 케이블은 XLO 리미티드 에디션(인터), 너바나 바이런(스피커 케이블)을 사용하여 시청했다. 본격적인 시청은 딸려온 오토폰 520 MK 카트리지(MM)를 빼내고 필자의 레퍼런스인 오디오퀘스트 7000NSX와 고에츠 우루쉬를 번갈아 장착해 진행했다. 슈나이더 한 연주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DG)을 들어 보았다. 우선 첫 음부터 느낄 수 있는 것은 중역의 살집이 적당히 있고 탄탄하다는 인상이다. 흔히 중급대 턴테이블이 고역의 뻗침이나 해상력은 좋은데 중역대는 다소 빈약한 인상을 주기 일쑤인 반면 클래식 우드는 중역의 탄탄함에서 다른 중급대 턴테이블과는 차이점을 보여 주었다. 저역의 단단함은 VPI의 에리어스에 비해서 양과 질에서 한수 아래의 소리를 들려 주었다. 그러나 이것도 에리어스에는 그라함 암이 장착되어 있고 클래식 우드에는 레가 RB250이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지 베이스나 플래터 때문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중역의 탄탄함은 에리어스를 무색하게 할 만큼 밀리지 않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총주시에 약간 산만해지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단점이라고 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슈나이더 한의 바이올린 소리가 가늘지 않게 적당히 살집을 가진 채 들려왔다. 무엇보다 요즘의 중급 턴테이블들이 CD의 음색을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그런 소리를 들려주는데 클래식 우드는 아날로그다운 중역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소리를 들려주었다.

에바 케시디의 ‘Song Bird’도 클래식 우드의 중역의 충실함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자연스런 울림과 음색은 여성 보컬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약간 허스키한 듯 달콤한 에바 케시디의 목소리 매력을 잘 표현해주었고 울림도 적당해서 비음을 자연스럽게 재생해주었다. 중급기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다소 억울하다고 항변할 만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가격은 입문용이지만 소리는 결코 입문용이 아닌 턴테이블이다. 더구나 중역 중심의 탄탄한 아날로그다운 소리를 들려주는 턴테이블이다. 더구나 MM 카트리지이긴 하지만 12만원 하는 카트리지까지 포함한 가격은 요즘 천정부지로 오르는 오디오 가격을 생각하면 착하디 착한 가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윤욱]

  • 모터 : 싱크로너스 모터
  • 베이시스 : 39mm MDF 우드, 체리 버니어 마감
  • 크기 : w/o 모터 유닛, 480x370mm
  • 무게 : 약 16kg
  • 홈페이지 : www.acoustic-solid.de

    월간오디오 1월호

    2006년을 빛낸 오디오 시스템 14기종 중 발췌

    Acoustic Solid Classic Wood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새롭게 떠오르다

    (최윤옥 / 오디오 평론가)

    오디오를 하는 사람치고 한 번 산 오디오로 끝까지 사용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사람이라면 이미 오디오를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사서 듣다가 파는 것이 오디오쟁이의 숙명일 것이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가끔 물건을 내다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서 한 번도 쓰지 못하고 모셔 두기만 했다가 파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면 쓰지도 않을 것을 왜 샀는냐는 마누라의 잔소리가 따르곤 한다. 스스로 생각을 해도 한탄스럽지만 오디오쟁이들의 소유욕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자위해 보기도 한다. 중고 장터에 물건을 내놓다 보니 요즘의 심각한 불경기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 정말 예전 같으면 서로 사겠다고 할 금액인데도 아에 문의 전화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중고 시장의 불경기에도 유독 잘 팔리는 중고 아이템들이 있다. 바로 아날로그 관련 제품들이다. 포노앰프나 승압 트랜스, 카트리지 등은 불경기가 비켜 가는지 내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팔려 나간다. 중고시장의 불황도 아날로그 열풍은 어쩌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아날로그 열풍을 타고 인터넷 오디오 사이트에 아날로그 입문 관련 움의가 꾸준히 잇따르고 있다. 아날로그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적당한 턴테이블과 카트리지를 추천해 달라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생전 처음 아날로그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전에 하다가 접고 디지탈만 하다가 다시 생각이 나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추천 의뢰의 글을 접할 때 마다 추천해 줄 만한 마땅한 턴테이블이 쉽게 떠오르지 않고 했다. 중고로 린이나 오라클 등을 추천하는데 초보자에게 중고 제품을 권하는 것은 다소의 위험을 감수해야 것이기에 선뜻 추천하기가 꺼려진다. 신제품으로는 레가의 턴테이블들이 가격이나 음질 면에서 무난한 추천 대상이 되지만 사람마다 취향이라는 것이 있어 제한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쿠스틱 솔리드라는 턴테이블 메이커의 등장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클래식 우드는 정당한 크기와 합리적인 가격, 운용의 편이성 등에서 초보자에게 망설임 없이 추천할 수 있는 턴테이블이다. 요즘의 턴테이블들이 디지털의 넓은 대역과 차가운 음색을 닮아가는 상황을 생각하면 어쿠스틱 솔리드가 들려주는 음은 아날로그는 이렇게 디지털과는 다르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초고역의 해상력과 뻗침보다는 탄탄한 중역을 기본으로 여운이 있고 풍성한 음을 내주는 어쿠스틱 솔리드의 음은 디지털 만능시대에 아날로그의 존재 이유를 한층 더 부각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쿠스틱 솔리드 턴테이블은 기본 구조가 리지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서스펜션을 조정해야 하는 린 LP12나 오라클 턴테이블처럼 세팅이 틀어지면 조정을 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기본적인 베이스의 수평만 잡아주면 된다. 물론 플로팅 턴테이블이 가지는 음질에서의 매력은 충분히 있다.

    하늘거리는 고역과 공중부양되는 핀 포인트 이미지는 플로팅 턴테이블만 갖는 장접이다. 그러나 초보자의 경우 플로팅 턴테이블의 세팅은 다소 무리가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모터도 직류모터가 아닌 교류 싱크러너스 모터를 사용해서 가정의 전압 변동에 따른 속도 변화가 없어서 미세하게 속도가 빨라지거나 늦어지는 문제에 대해서 신경 쓸 필요없이 음악을 즐길수 있다. 물론 교류 싱크러너스 모터가 가지는 울컥거림이 플래터에 전달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가는 탄소섬유제 실을 벨트로 사용하는 배려를 했다. 음질을 좌우하는 중용한 요가중 하나가 플래터 회전의 균일성이다. 가는 벨트를 사용하더라도 플래터의 무게가 가벼우면 모터의 진동이 플래터에 좀 더 잘 전달된다. 이런 문제를 어쿠스틱 솔리드는 기본에 충실한 방법으로 해결을 꾀하고 있다. 정석대로 듀랄루민을 통으로 가공해서 충분한 무게를 확보하고 이에 따른 관성 모멘트로 회전 균일성을 갖게 한 것이다. 아마도 턴테이블 가격대비 플래터 무게를 따진다면 어쿠스틱 솔리드는 상위에 랭크될 것이다.

    어쿠스틱 솔리드 턴테이블이 결정적으로 경쟁자들을 제치고 올해의 제품이 된 데에는 여타의 턴테이블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아크릴제 매트 때문이다. 금속이 가지는 균일성 견고성을 기반으로 플래터를 제작하고 금속의 치명적 단점인 차가운 음색을 보완하기 위해서 진동에 강하고 아날로그적인 톤을 유지하는 아크릴이라는 재질을 적극 채용한 점이다. 단순히 기계 가공만 뛰어난 회사가 아니라 음악을 음악답게 들려주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는 회사라는 점이다. 암은 레가의 제품인데 레가 암은 성능은 뛰어나지만 높이를 조절할 수 없다는게 단점이며 VTA 조정이 불편한 편이다. 이런 불편한 점을 어쿠스틱솔리드에서는 암 베이스를 별도로 제작해서 높이 조절을 간단히 할 수 있게 했다. 값에 비해서 훌륭한 성능에 편의성까지 갖추게 한 것이다. 클래식 우드와 레가 암의 궁합도 좋은 편으로 가격을 생각하면 행복한 소리를 들려준다.

    올해 리뷰한 다양한 턴테이블 중에서 클래식 우드를 추천한 이유는 합리적인 가격도 한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오디오 가격에 아날로그 제품도 예외는 아니라서 쓸 만하다 싶으면 400~500만원을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어쿠스틱 솔리드의 가격은 참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어쿠스틱 솔리드에서는 클래식 우드 말고도 다양한 가격대의 턴테이블을 생산하고 있다. 거의 전 모델이 비슷하 동급의 턴테이블에 비해서 가격이 착한 편이라 애호가의 예산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장접도 있다. 그중 특히 클래식 우드는 초보자가 사용하기에 부담없는 크기와 간단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어서 추천에 안성맞춤이다. 어쿠스틱 솔리드의 클래식 우드 턴테이블을 보면서 명실상부한 아날로그 부흥기임을 실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