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일 목요일

MOON i5.3 [ Audio / 2009년 9월 ]

MOON i5.3

금도금한 PCB보드며, 내구성이 뛰어난 섀시, 두꺼운 알루미늄 프런트 패널 등 진동이며 격년 변화에 따른 노후에 대비한 각종 장치들은, 과연 한 번 사두면 평생 사용할 수 있다는 동사의 철학을 철저하게 따른 좋은 샘플이라 보인다. 음질과 내구성 거기에 빼어난 디자인 감각은 기본이고 여기에 가격도 적절하니, 흠을 잡으려고 해도 참 힘들기만 하다.

수입원

다빈월드 (02)780-3116

실효출력

85W(8Ω), 130W(4Ω )

재생주파수 대역

10Hz-70kHz(+0/-3dB)

입력 임피던스

14kΩ

출력 임피던스

0.04Ω

게인

37dB

입력감도

370mv

THD

0.15% 이하 (85W)

S/N비

97dB

크로스토크

-50dB

소비전력

45W

크기 (WHD)

43x10x41cm

무게

13kg

외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심오디오는 그리 친숙한 존재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들어볼 기회가 별로 없었던 탓이 클 것이다. 이번에 받아본 i5.3인티앰프는, 원래 30년 전에 내놓은 PW-3000이라는 모델로 큰 성가를 높인 심오디오의 역사를 잇는 제품인지라 상당한 기대를 갖게 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면, 깜짝 놀랄 정도로 훌륭한 퀄러티를 보여줬다.

이번 리뷰에 사용한 스피커는 B&W 노틸러스804A. 이 제품은 우퍼를 두 발이나 장착한 3웨이 모델로, 어지간한 인티앰프를 물려도 충분히 작동하지만, 제대로 울리려면 많은 파워를 필요로 한다. 일단 B&W는 차고 넘칠 정도로 파워를 공급하면 멋진 퍼포먼스를 들려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본 기의 파워는 고작 8Ω에 85W에 불과하다. 과연 이 수치로 가능할까 싶었지만, 결과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실했다. 무엇보다 단단하고, 빠른 저역이 나와 어떤 장르의 음악을 들어도 아래가 든든한 느낌을 준다. 운동선수로 치면 하체가 튼실해서 장시간에 걸친 경기에 임해도 끄떡없는 인상이다.

이 작고, 앙증맞은 녀석이 이런 실력을 가진 점에서, 필자는 파퀴아오라는 복서를 떠올렸다. 자기보다 몇 체급 위의 선수를 여봐란듯이 K.O시키는 강 펀치와 지치지 않는 체력에 전설적인 호야의 안면이 몰수되고, 하드 펀치 해튼이 2회에 나가 떨어졌다. 흔히 작은 거인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바로 본 기를 두고 이런 말을 하는 듯하다. 아무튼 804S가 온순한 양이 되어 일체 저항 없이 말을 듣는 대목에서, 역시 심오디오는 대단하구나, 탄성을 질렀다.

심오디오는 확고한 제품 철학을 가진 회사다. 그 첫 번째 모토는 한 번 사두면 평생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고 한다. 1980년에 창업한 회사인 만큼, 올해로 창업 30주년이 되는데, 그 사이 숱한 제품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신념을 갖고 있다는 것은 꽤 신선하다. 실제로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 가면 과거에 내놓은 제품 목록과 스펙이 빼곡하고, 당연히 AS가 된다. 신제품이건 과거 모델이건, 일단 심오디오에서 나온 것은 칙사 대접을 받는 것이다.

여하튼 평생 사용하려면 다음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우선 사용자 친화적인 제품이어야 한다. 작동하기가 편하고, 고장 나도 쉽게 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외관도 중요해서 문 시리즈 정도를 구입한다고 가정할 때는 뭔가 럭셔리한 느낌이 와야 한다. 퀄러티도 빼놓을 수 없다. 당대의 톱 레벨과 겨뤄서 하등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당연히 테크니컬 다자인도 뛰어나야 한다. 사실 이런 항목은 오디오 애호가들이 제기하고 싶은 것들이지만, 메이커 측에서 알아서 먼저 제안하니, 좀 쑥스런 생각도 든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이 쏟아지고, 업그레이드 명목으로 소수점 뒷자리에 빼곡하게 숫자가 쌓이는 요즘 풍토에서 이런 자세는 시대착오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그 만큼 믿음직스런 게 사실이다.

이번에 소개할 i5.3은, 문 클래식 시리즈에 속하는 제품이다. 심오디오는 이보다 상위 클래스의 문 에볼루션 시리즈를 내고 있지만, 본 기만으로 충분할 정도로 인티앰프의 성능을 여러모로 뛰어넘고 있다. 겉모습이나 출력만 보고 지레짐작할 수 없는 내용을 갖고 있는 것이다. 사실 CD5.3이라는 단품 CD플레이어도 함께 출시한 만큼, 시청에서는 이 커플의 음을 듣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단념했는데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그럼 i5.3의 기술적 특징은 뭐가 있는가? 우선 주목할 것이 짧은 신호 경로의 추구다. 물론 이런 모토는 많은 메이커들이 주장하는 바이지만, 본 기는 이를 상당히 철저하게 추궁하고 있다. 일단 음성 신호가 이동하는 경로에서 일체의 캐패시터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로, 이를 위해 심오디오는 오랜 기간 연구해온 기술력을 총동원했다. 그 결과 입력에서 출력에 이르는 길이가 겨우 14인치에 불과하다. 당연히 반응이 빠르고, 싱싱한 음을 들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심오디오는 자체적인 설계 방식을 갖고 있다. 1990년대에 셀레스테 시리즈를 런칭하면서 내놓은 르네상스서킷이 그것이다. 이에 대한 소개는 자세히 이뤄지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짧은 신호 경로, 뛰어난 스피커 구동력 등에 관계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회사의 R&D파트는 캐나다 국립 연구소(CNRC : Canadian national Research Council)와 연동해서 지금도 꾸준히 연구 중이라 한다. 볼륨단 회로, 소프트웨어 컨트롤, DC전압 레귤레이션, 알파 디지털 클로킹 시스템, 지터 감소 회로, 제로 피드백 앰프 회로, 풀 밸런스 회로 등 담당 분야가 CD플레이어 및 앰프에 걸쳐 방대하게 펼쳐져 있어, 지금도 르네상스 회로는 진화 중에 있다. 본 기에는 그 최신 성과가 탑재되어 있는 것이다.

음질에 관련한 것으로는 출력단이 AB클래스로 유지되는데 반해 프리앰프는 A클래스로 작동하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대개 인티앰프가 프리단을 생략하거나 간소하게 만드는데 반해 본 기는 상당한 투자를 해놓고 있다. 특히, 크리스털 마이크로 프로세서까지 동원해서 게인단을 컨트롤하는 것은, R&D팀의 뛰어난 연구 결과라 칭송할 만하다. 거기에 금도금한 PCB보드며, 내구성이 뛰어난 섀시, 두꺼운 알루미늄 프런트 패널 등 진동이며 격년 변화에 따른 노후에 대비한 각종 장치들은, 과연 한번 사두면 평생 사용할 수 있다는 동사의 철학을 철저하게 따른 좋은 샘플이라 보인다. 음질과 내구성 거기에 빼어난 디자인 감각은 기본이고 여기에 가격도 적절한, 흠을 잡으려고 해도 참 힘들기 만 하다. 이번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B&W의 804S, CD플레이어는 에이온의 CD-1s를 동원했다.

첫 곡은 무터 연주의 모차르트 ‘피아노트리오 6번’. 우선 피아노의 타건이 또렷이 들리고, 잔향이 깊다. 바이올린은 계속 위로 치고 올라가는데, 하등 스트레스가 없다. 두 발의 우퍼도 긴밀하게 움직여, 전체 앙상블이 시원시원하게 전개된다. 해상력, 밀도, 투명도, 정위감 등 오디오의 실력을 검증하는 여러 항목에서 별 불만이 없다. 이 사이즈에, 이 출력에 이정도 스피커를 갖고 논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멜로디 가르도트의 ‘Worrisome Heart’는, 피아노 인트로부터 강력하게 시청실을 사로잡는다. 기타, 오르간, 드럼 등 덧붙여지는 악기들의 존재감이 강력하고, 보컬에 이르러서는 흠뻑 취할 정도로 밀도감 있게 다가온다. 강한 뱃심이 느껴질 정도의 발성이다. 꽤 악기 수가 많은 편성임에도 쫄깃쫄깃 얽혀서 일체의 흐트러짐이 없고, 그 위로 부유하는 보컬은 자유분방 하기만하다. 곡이 갖고 있는 다소 필름 느와르적인 분위기도 유감없이 재현된다.

ZZ탑의 ‘Blue Jean Blues’는, 약간 거친 맛이 있어야 제 맛인데, 그런 소망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해상력도 엄청나서 기타 줄이 떨리거나 초킹하는 대목이 정확하게 묘사되고, 스네어를 두드리는 손놀림도 보인다. 느릿느릿 전개되는 블루스 트랙이지만, 일단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흥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는 탄탄한 저역을 바탕으로 베이스 라인이 또렷이 그려지기 때문에 중고역도 따라서 즐겁게 다가온다. 사실 804S는 노틸러스 시리즈의 다른 제품에 가려 존재감이 약한 편인데, 본 기와 매칭한다면 여느 하이엔드 부럽지 않은 음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P 박인혁 실장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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