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의 옷을 입은 비범함에 대하여 본지의 애독자라면 필자의 시청 리포트에 단골로 등장던 플레이어를 기억할 것이다.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필자와 동고동락하다가 몇 달 전 레퍼런스 기기에서 제외한 익스포저의 2010S가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필자보다 2010S의 진면목을 잘 이해하는 사람도 드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시청했던 수십 종에 달하는 앰프와 스피커들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 음향을 제공했던 플레이어가 바로 2010S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의 레퍼런스 시스템에서 2010S가 슬그머니 사라진 이유를 궁금하게 여기는 독자들이 적지 않을것 같다. 2010S의 음향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을까? 2010S보다 좋은 플레이어가 등장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필자의 새로운 레퍼런스 플레이어는 무엇일까? 이들 질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판결같다. 예나 지금이나 2010S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으며, 새로운 레퍼런스 플레이어를 들여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2010S를 내 보낸 진짜 이유는 무엇일가? 그것은 최근 필자가 음악 재생방식을 PC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DAW)으로 바꾸는 도전을 감행하고 있기 때뭉니다.
PC 하드디스크에서 저장한 웨이브 형식의 음악 파일을 DAW에서 처리하여 USB 2.0 포트로 D/A 컨버터에 접속하는 새로운 음악 재생 방식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2010S를 필자의 레퍼런스 시스템에서 제외했던 것이다그렇다면 100만원대 초반의 플레이어인 2010S를 필자가 이처럼 애지중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1000만원대 이상의 플레이어와 맞바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고 정연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뛰어난 음향 조형 능역을 보여주는 플레이어가 바로 2010S이기 때문이다. 2010S보다 뛰어난 물리 특성을 보여주는 플레이어가 적지 않지만, 스케일과 심도, 다이내믹 레린지와 중량감,투명도 명도 등과 같은 음향 특성들을 긴장감 넘치는 깔끔한 음향으로 통합하는 능력은 2010S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음향 특성 하나하나를 살펴보면,'바로 이것이다'라는 식의 개성이 분명하게 떠오르지는 않지만, 전체로 시야를 넓혀 보면,정연한 대역 밸런스와 생동감 넘치는 흐름을 깔끔하게 통합한 음향을 이끌어 내주는 플에이어가 바로 2010S인 것이다.
그러나 이 플레이어에서 가장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은 애호가들에게 시선을 잡아끌기 힘든 평범한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마케팅의 관점으로 보면,1990년대 초반의 플에이어를 연상케 하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디자인은 이 플레이어의 존재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하여 보면, 이처럼 수수한 디자인이 2010S를 스테디셀러 자리에 올려놓은 원동력일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디자인보다느 음향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를 이처럼 소박한 디자인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완성도 높은 음향을 제공하겠다는 익스포저의 제품 철학은 이번 특집 시청에서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리마 어쿠스틱스의 인티앰프인 펄스, B7W 의 플로어형 스피커인 CM9,파이널 랩의 인터커넥트, 문도르프의 1S 스피커 케이블 등과 조합한 시스템에서 2010S는 B&W 특유의 화사한 색체와 순발력을 고수하는 플로어형 스피커인 CM9의 규모에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동급 플레이어에 비하여 스케일도 그리 크지 않고,중량감과 다이내믹 레인지에서 그다지나은 부분을 찾기 어려운 기기라고 할 수 있지만,2010S가 연출하는 음향에는 음악 표정을 또렷하게 부각하는 명료함이 있었고인위적인 밸런스로 흐르는 법이 없는 투명한 공간감이 있었으며,둔중함과 거리가 먼 경쾌한 선율선이 살아 있었고, 육중하지는 않지만 음악 내재된 폭발력을 드러내는 데 충분한 다이내믹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2010S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중소형 플레이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충실한 음향 조형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대형 플로어형 모델인 B&W의 CM9에 어울리는 음향 무대와 다이내믹을 당당하게 이끌어 내리는 것에서도 충분히 확인할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평범한 속에 비범함을 감추고 있는 플레이어가 발로 2010S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월간오디오 2009년 3월호 박성수 글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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